Page 71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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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71

               진헐스님이 한참을 잠자코 있자 스님은 말하였다.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무슨 경지를 본 줄 알았다.”
               그러자 진헐스님이 밖으로 나가 버렸다.



               굉지 정각(宏智正覺)스님이 찾아오자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공겁 이전의 자기 모습인가?”
               “ 우물 안 청개구리가 달을 삼키니 야반삼경에도 야명주 주렴을

            빌리지 않습니다.”
               “ 아직은 안 된다.다시 말해 보아라.”

               굉지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불자로 한 대 후려치며
            말하였다.
               “빌리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굉지스님은 이 말끝에 크게 깨쳤다.



               찬하노라.


                 빛나는 진주가 조개 속에 있고
                 학이 닭의 무리에 섞여 있도다.

                 목불(木佛)을 태웠던 유풍(遺風)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복조부(鵩鳥賦:賈誼의 글)의 가보(家譜)를 몸소 들었네.

                 마음의 빛 점찍어 낸 꽃 촛불은
                 등주(鄧州)에서 온 것이며
                 번뜩이는 살기 서린 검문관(劍門關)에는
                 객점의 누각이 구름에 이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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