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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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오가정종찬 하

                 옥녀(玉女)가 임신하기는 야반삼경이면 족하나
                 현묘한 종지는 깊고 얕음을 가리기 어려우며
                 흰 백로가 눈 속에 서 있으나 같은 색이 아니라
                 형산(形山)의 보배는 한푼 값어치도 안 된다.

                 물과 달,모두 잊으면
                 하늘에 오를 일은 처음부터 바람 타고 내려왔어야 하고
                 티끌과 진흙이 뒤섞였으니

                 다른 류[異類]가운데에서 정성을 아끼지 말라.
                 달빛이 분명치 않을 때
                 육호(六戶)가 새벽이 오는 뜻을 모르는 줄 알았고
                 우두가 사조를 만난 후에는
                 가여워라,난만한 백화가 어지럽게 떨어지는구나.

                 어둠 속에 금 북을 던져 동산(洞山)의 고풍으로 실을 짜내니
                 울리는 베틀소리 가볍고 가볍구나
                 가느다란 옥실을 늘어놓고 조산(曹山)이 비단을 열어 보니
                 촘촘한 무늬결을 이루어냈구나.

                 위음불(威音佛)이전에
                 보살의 백호광 모두 거둬 한 손바닥에 넣고
                 야명주 주렴을 빌리지 않고서도
                 공자의 필진(筆陣)을 사로잡아 천군을 소탕하였다.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도
                 정중묘(正中妙)를 지니고 있으니
                 설령 황금칼로 면밀한 곳을 쪼갠다 하여도
                 변함없이 공훈(功勳)의 차별상에는 떨어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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