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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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75

            렇게 볼 수 있으면 다리 건너온 시골주막의 술맛이 좋다!”

               또다시 춤을 추며 말하였다.
               “보이느냐,보여?이렇게 보지 못하면 저 건너 언덕의 들꽃이

            향기롭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이끼가 옛길을 덮으니 텅 빈 데에 떨어지지 않고 안개가 싸늘

            한 숲을 가뒀는데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겠는가.낚싯바늘을 은
            밀히 숨겼으니 어부가 있다고 누가 말하랴.이렇게 알아차리면 그

            때부턴 언제나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
               누가 관문을 뚫을 안목을 갖춘 자가 있느냐?설령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문 밖을 나가지

            않은 사람만이야 하겠는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힘씀을 돌려서 과위에 나아감[轉功就位]은 저쪽으로 가는 것
            이니 구슬은 형산(荊山)에다 감춰 두어야 귀하고,과위에서 나와서
            힘씀을 이루는 것[轉位就功]은 이쪽으로 오는 것이니 붉게 달궈진

            화로 위에 눈 내리는 봄이로다.힘씀과 과위를 함께 쓰면[功位俱
            轉]온몸이 막힘이 없어 손을 놓아버려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깊

            은 밤 석녀가 베틀에 오르니 은밀한 방을 아무도 쓸 사람이 없구
            나.”



               상당하여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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