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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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오가정종찬 하

               “오랜 침묵은 긴요한 일이니 성급히 말하려고 애쓸 것 없다.

            석가모니께서도 자랑해 주기를 은근히 기다렸는데,어이하랴.어
            머니 뱃속에서 나오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들켜 버렸네.

               자!말해 보아라.무엇을 들켰는가를.나를 속일 수는 없을 것
            이다.”


               찬하노라.



                 진짜 좌면(左綿)토박이가
                 단하 노스님 친견했구나.

                 가슴 헤쳐 보면 확 트인 도량은 강물처럼 도도하여
                 만경창파 흔적 없고
                 마음 달 호젓하고 둥근데 그림자도 둥글둥글
                 천 강에 그 빛을 나눈다.

                 사람들 앞에서 주인을 가려내니
                 무명가사를 들고서 당장에 바꾸어 입고
                 시끄러운 곳에서 몸을 돌려
                 발우봉을 한 발에 걷어차 버렸네.

                 작약꽃 피니 보살님의 얼굴이라
                 옥난간에 동산(洞山)의 옛 봄볕을 간직하고
                 하늘거리는 수양버들은 목인(木人)의 눈썹이라
                 보배거울은 조씨네[曹家]새벽을 비춘다.

                 거듭 내리는 장마비에
                 한가한 틈을 타 몇 차례나 주장자 내리치는 일을 쉬었던가
                 외나무다리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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