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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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77
시원할 때를 틈타 땔감이나 져오는 게 좋겠다.
푸른 바위 푸른 나무에 구름과 칡덩굴이 푸름을 더하니
흐름을 끊는 한마디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구나
다리 건너 주막의 술맛이 좋고 저 건너 언덕의 꽃향기 그윽한데
법신을 보았으나 상당히 찌들었네.
텅 빈 곳에 떨어지지 않아서 진흙소는 달을 보고 울부짖는데
옛 길은 이끼 낀 그대로요
손 뿌리쳐 의지할 곳 없고 석녀는 베틀에 오르니
고요한 방을 소제해 줄 사람이 없구나.
심부름꾼 아이의 미끼는 향기가 좋아
용연에 꼬리 붉은 잉어를 당기니 펄쩍 뛰며 바늘을 삼키고
자그마한 약초는 신령스러워
남산의 별비사(鼈鼻蛇)를 물리치니 깊고 깊은 풀 속으로 도망
치누나.
공을 굴려 과위에 나아가고 과위를 굴려 공으로 나아감은
밑바닥까지 온통 뒤엎는 것이니
누른 얼굴의 석가노인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기도 전에
벌써 스님네들에게 들켜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