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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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오가정종찬 하

               찬하노라.



                 정진의 깃발이요
                 자비의 씨앗이라.

                 습주의 옛 부처님
                 백호광을 뿜을 줄 모르는데
                 오대산 늙은 스님
                 언제 꿈속에 들어간 적 있었겠나.
                 붉은 지초 눈썹에 황금 골격은

                 하늘의 기린이요
                 황벽(黃檗:노란 물감 원료로 쓰는 나무 이름)같은 가슴속에
               비단 창자는
                 스님 중의 봉황이로다.

                 존귀상에 떨어지지 않으니
                 3세(三世)에 국왕을 해서 무얼 하리오
                 고심으로 시를 읊조려 봐도
                 한 편의 시를 보지 못하여 당송으로 시인을 쫓아가네.
                 유리궁전 미끄러워 배는 가벼이 퉁겨나가는데도
                 그윽한 도를 지닌 채 있고
                 재상 댁 주렴 드리우니 소식 전할 길 없으나

                 그래도 사모하는 마음 남아 있다오.
                 20 리 솔밭 파도는 밝은 달빛에 뒤집히고*
                                                     3)
                 시울 없는 거문고는 때맞춰 맑은 소리 타내는데


            *굉지스님은 어려서 20리 솔밭 길에서 달빛 은은한 절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
              다.뒷날 피난길에 들어간 절이 천동사였는데 꿈에서 본 것과 같았다(叢林盛
              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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