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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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79

               웃으며 꽃향기 무르익는 봄을 가풍이라 가리킨다.”

               [夢回夜色依俙曉 笑指家風爛熳春]



               상당하였을 때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저쪽으로 가는 사람입니까?”
               “ 흰구름이 산골짜기 밑으로 다 내려가니 푸른 산봉우리는 하늘
            높이 솟아 있다.”

               “ 무엇이 이쪽으로 오는 사람입니까?”
               “ 온 머리가 백발인데 깊은 산골을 떠나 한밤중에 구름 뚫고 저

            자로 들어간다.”
               “ 무엇이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사람입니까?”
               “ 석녀는 3계의 꿈을 다시 일깨워 주고,목인은 6근(六根)의 틀

            에 눌러앉았다.”
               스님은 말을 이었다.

               “말속에서 종지를 밝히기는 쉬우나 종지에서 정통[的]을 가려
            내기는 어렵다.”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알겠느냐!꽁꽁 얼어붙은 닭이 새벽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어

            둠 속에 길손들은 설산(雪山)을 지나는구나.”



               스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말하였다.
               “꿈 같고 허깨비 같고 허공꽃같이 67년을 보냈구나.백조는 노
            을 속으로 사라지고 가을 강물은 하늘에 닿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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