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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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오가정종찬 하

                 종횡으로 자재한데 어찌 인연에 매였다 하리
                 두레박에 물을 퍼서 원앙에게 끼얹으니 그림자 감추기 어렵고
                 편위와 정위는 본위를 떠난 적 없는데
                 마른 말뚝에 병든 말을 매어 놓고 부질없이 마음만 죽이도다.

                 비단 바늘땀을 슬며시 열어 보니
                 꽃향기 뿜어내어 나비는 맑은 새벽에 잠을 자고
                 베틀에는 실이 움직이지 않아도

                 버들은 연기를 머금고 꾀꼬리는 아름다운 봄을 짠다.
                 눈은 있어도 힘줄이 없어
                 정행산 육신보살을 잘못 인가하였네
                 천 길이나 날리는 눈발 속에
                 원통함을 하소연하는 괴로운 소리가 총림을 뒤흔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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