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P. 130

130 마조록․백장록


            에 다시 ‘나는 그 모두에 걸림이 없다’하는데,이는 스스로를 속
            일 뿐이다.

               자기 5음(五陰)에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아서 다른 사람
            에게 몸 마디마디가 토막 난다 해도 원망하거나 아깝다는 마음이
            전혀 없고 번뇌도 없다면,나아가서는 자기 제자가 다른 사람에

            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채찍을 맞고 이상과 같은 낱낱의 일을
            당한다 해도 한 생각도 너다 나다 하는 마음이 없다면,그래도

            한 생각도 없다는 그것을 옳다고 여겨 거기에 머무른다면 그것을
            ‘법 티끌’이라 하니,10지(十地)에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생사
            의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그러므로 항상 사람들에게 권

            하기를 ‘삼악도(三惡道)를 두려워하듯 이 법 티끌을 두려워해야만
            홀로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가령 열반을 능가하는 어떤 법이 있다 해도 조금도 값지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걸음마다 부처로서 연꽃을 밟을
            것도 없이 백억의 몸을 나툰다.유․무 등 모든 법에 털끝만큼이

            라도 애욕에 물든 마음이 있다면 연꽃을 밟고 다닌다 해도 마군
            의 짓과 똑같은 것이다.
               ‘본래 청정하다’거나 ‘본래 해탈하였다’는 데에 집착하여 이대

            로가 부처이며 선도(禪道)를 이해했다고 자처하는 자는 자연외도
            (自然外道)에 속하며,한편 인연에 집착하여 닦아 증득함을 이루

            는 자는 인연외도(因緣外道)에 속한다.유(有)에 집착하면 상견외
            도(常見外道)에,무(無)에 집착하면 단견외도(斷見外道)에,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亦有亦無]는 데 집착하면 변견외도(邊見外道)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非有非無]는 데에 집착하면 공견외도(空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