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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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29
다.
도통한 옛사람은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빠
지지 않았다.불에 타고자 하면 탔고,물에 빠지고자 하면 빠졌으
며,살겠다면 살았고,죽겠다면 죽었다.이렇게 가고 머무름이 자
유로우니,그에게는 자유로울 분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어지럽지 않다면 부처를 구하거나 보리․열반을 구할
필요가 없다.만일 부처를 집착하고 구한다면 탐심에 속하며,탐
심이 변하여 병이 된다.그러므로 ‘부처 병 고치기가 가장 어렵다
’고 하는 것이다.불법을 헐뜯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데,여기
서의 밥이란 신령하게 알아보는 자기 본성으로서 번뇌 없는 밥
[無漏飯]․해탈밥[解脫飯]을 말한다.이 말은 10지(十地)보살병을
치료하는 것으로서 초발심부터 십지에 이르기까지의 성문들이다.
지금 조금이라도 구하는 마음이 있기만 하면 모두 다 ‘파계승’,
‘명자나한(名字羅漢)’또는 ‘여우’라 이름하는데,그들은 분명히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다.
지금 메아리같이 고르게 소리를 듣고,바람같이 평등하게 냄새
를 맡으면서 일체 유․무 등의 법을 떠나고,떠났다는 것에도 머
무르지 않으며,머무르지 않는다는 생각도 없으면 이런 사람에게
는 어떠한 허물도 얽어매지 못한다.
위없는 보리․열반을 구하기 때문에 ‘출가’라고 이름하나 그
래도 그것은 삿된 발원이다.하물며 ‘나는 할 수 있다’,‘나는 안
다’하면서 세간에서 승부를 다투며 논쟁하는 경우이겠는가.한
문중을 탐하고 한 제자를 아끼며,한 안주처에 연연해하고 한 신
도와 관계를 맺는다.옷 한 벌,밥 한 그릇,명예 하나,이익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