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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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마조록․백장록


               깨닫지 못했을 때를 어미[母]라 하고,깨닫고 나서를 자식[子]
            이라 하는데,깨달음이 없다는 생각도 없음을 어미 자식이 동시

            에 없어짐이라 한다.이렇게 선에도 매이지 않고 악에도 매이지
            않으며,부처에 얽매이지도 않고 중생에게 매이지도 않는다.테두
            리[量數]에도 마찬가지며,나아가서는 아무런 테두리에도 매이지

            않는 것이다.그러므로 ‘부처는 얽매임에서 벗어나 한량을 뛰어넘
            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앎[知解]이나 설명[義句]에 탐착하는 것은 마치 어머니가 자식
            을 사랑하여 소락(酥酪)을 많이 먹이기만 할 뿐 소화가 되고 안
            되고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이 말은 10지(十地)에 비유된다.즉 인간․천상에게 존대받는
            번뇌,색계 무색계에 태어나 선정과 복락을 누리는 번뇌,자유롭

            게 신통으로 날며 숨고 나타나면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 정토(淨
            土)에 두루 다니며 법을 듣지 못하는 번뇌,자비희사(慈悲喜捨)와
            인연(因緣)을 닦는 번뇌,공(空)과 평등한 중도(中道)를 닦는 번뇌,

            3 명(三明)․6통(六通)․4무애(四無碍)를 닦는 번뇌,대승심을 닦아
            사홍서원을 발하는 번뇌,초지․2지․3지․4지에서 분명히 이해
            하는 번뇌,5지․6지․7지에서의 모든 지견(知見)번뇌,8지․9

            지․10지에서 이제(二諦)를 동시에 관조하는 번뇌와 나아가서는
            불과(佛果)를 닦느라 백만아승지겁 동안 행하는 모든 번뇌까지 설

            명이나 앎을 탐할 뿐 도리어 얽어매는 번뇌임을 모른다.그러므
            로 ‘견(見)의 강물이 향상(香象:큰 코끼리)을 떠내려가게 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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