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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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마조록․백장록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여 중생을 제도하신 9부교(九部敎)의
            말씀은 방편교설[不了義敎]이다.

               성냄과 기쁨,병과 약이 그대로 자기라서 다시는 두 사람이 없
            는데,어느 곳에 세간에 출현하는 부처가 있으며 어느 곳에 제도
            할 중생이 있겠는가.그러므로 경(經)에서도 ‘멸도(滅度)를 얻은

            중생은 사실 없다’고 하였다.또는 ‘부처와 보리를 좋아하지 않고
            유․무 모든 법에 집착하고 물들지 않음을 남을 제도한다[度他]

            하고,자기를 고집하여 머무르지 않음을 자기를 제도한다[自度]’
            고 하였다.
               병이 같지 않기 때문에 약도 다르고 처방도 다르니 한쪽으로

            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부처와 보리 등의 법에 의지하면 모조리
            일정한 방향에 의지함이다.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에 있어서는

            한결같지 않다’고 하였던 것이다.
               경전에서는 그것을 노란 잎사귀를 돈이라고 속이고 빈주먹 속
            에 있다고 속여 어린아이를 달래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이치를 모르니 그것을 무명(無明)과 같다고
            한다.‘반야를 행하는 보살은 내 말에 집착하거나 가르침에 의지
            하지 말라’하였다.성내는 마음은 돌덩이 같고 애욕은 강물과 같

            다.지금 성내는 마음과 애욕만 없다면 산하석벽을 꿰뚫고 당장
            귀머거리 속인병을 다스리며 다문변설(多聞辯說)로 눈병을 다스릴

            것이다.
               사람이 부처가 되면 얻었다[得]하고 사람이 지옥으로 떨어지
            면 잃었다[失]한다.옳다[是]그르다[非]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삼조(三祖)께서 말씀하시기를,‘시비득실을 동시에 놓아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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