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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四家語錄 141


               14.

               누군가 스님께 물었다.
               “보십니까?”
               스님께서 대답하셨다.

               “본다.”
               다시 물었다.

               “본 뒤에 어떻습니까?”
               그러자 스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보는 것이 둘이 아니다.이제 보는 것이 둘이 아니라면 보는

            것으로 볼 것을 보지 않는다.만일 보는 것을 다시 본다면 앞에
            보는 것이 보는 것이냐,뒤에 보는 것이 보는 것이겠냐.마치 ‘볼

            것을 볼 때엔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며,보는 것은 오히려 보
            는 것을 떠나 보는 것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것과도 같다.그
            러므로 보고 듣고 느끼는 법을 실행하지 않으면 모든 부처님께서

            빨리 기약을 주신다[授記]고 하였다.”
               그러자 이렇게 따져 물었다.

               “보는 것이 이미 수기의 말씀이 아닌데 기약을 주신다는 말이
            다시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종지[宗]부터 깨달은 사람은 빨아 놓은 옷처럼 있다 없
            다 하는 모든 법상(法相)에 구애되지 않는다.그러므로 모습 떠난
            것을 ‘부처’라 하는 것이다.허와 실을 둘 다 간직하지 않고 중도

            만이 오롯하고 묘하다.한 가닥 이 길을 현묘하게 통달하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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