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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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록 183
고,또 한 사람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니,반드
시 스님 계신 곳에 올라와야 한다’고 할 것이다.자,말해 보라.
이 두 사람은 불법 가운데서 공부된 바가 있겠느냐.스님네들이
여,사실상 터득하지 못했다면 결코 조금도 공부가 되었다고 인
정해 줄 수 없다.옛사람은 이를 구멍 없는 철추(鐵椎)라고 불렀
으니,눈뜬 봉사나 멀쩡한 귀머거리와 다름없다는 뜻이다.
또 한 사람이 나와 말하기를,‘두 사람 다 옳지 않으니 어째
서 그런가.집착했기 때문이다’라고 할 것이다.
스님네들이여,모두들 이런 식으로 행각하고 헤아려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입술만 나불거리려 하느냐.아니면 무
슨 속셈이라도 있느냐.무엇을 집착하려는 것은 아닌지.그렇다
면 무엇을 집착하려느냐.이치에 집착하려느냐,현상에 집착하
려느냐.색(色)에 집착하려느냐,공(空)에 집착하려느냐.만일 이
치라면 그것을 어떻게 집착하겠으며,현상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집착하겠느냐.색․공에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내가 평소에 여러분에게 말하기를,‘시방의 모든 부
처님과 선지식이 항상 손을 내밀어 여러분들이 그때마다 손을
잡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손을 내밀 때 어디에 내밀더냐.그대들
이 항상 손을 받아 잡는 곳이다.그곳을 알겠느냐.알고 잡아야
좋으리라.만일 모른다면 오는 족족 다 잡는다고 말하지 말라.
스님네들이여,남의 집 살이를 하려거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세히 살펴야 할 일이지 좁은 지혜를 믿고 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