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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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록 185
큰스님 한 분이 대신 말씀하셨다.
“나라면 대중이라고 하겠다.”
귀종 유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님을 그렇게 귀찮게 하지 말라.”
설두스님은 앞의 큰스님의 말에 이렇게 달리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절의 절반을 제게 떼어 주셔야 합니다.”
29.
스님께서 하루는 이왕(李王)과 법담을 끝내고 함께 목단을 구
경하던 중,이왕이 게송을 지으라 하자 그 자리에서 부(賦)를 읊
었다.
붓을 들고 아름다운 꽃 마주하니
불어오는 향기는 저마다 다르구나
머리털은 오늘부터 희어지는데
꽃은 작년같이 붉었어라
짙은 단장은 아침 이슬 따르고
맑은 향기는 저녁 바람에 실려가는데
하필 잎 떨어진 뒤에야
공(空)임을 알랴.
擁毳對芳叢 由來趣不同
髮從今日白 花是去年紅
艶冶隨朝露 馨香逐晩風
何須待零落 然後始知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