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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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록 85
내가 몇 가지 옷을 입어 보이면,학인은 알음알이를 내어 한결
같이 나의 말속으로 말려들어 오고 만다.애달프다.눈먼 중들이
여!안목 없는 사람들은 내가 걸친 옷을 푸르다 누르다 붉다 희
다 하고 착각한다.내가 옷을 벗어버리고 청정한 경계로 들어가
면 학인은 한번 보고는 기꺼운 생각을 내다가,또 내가 벗어버
리면 망연자실하여 미쳐 달아나면서 나에게 옷이 없다고 말한
다.나는 그에게 ‘그대는 나의 옷 입는 그 사람을 아느냐?’하고
물으면,그는 홀연히 고개를 돌려보고 나를 알아보게 되는 것이
다.
如山僧今日用處 는 眞正成壞 하며 翫弄神變 하야 入一切境 호대 隨
處無事 하야 境不能換 이니라 但有來求者 하면 我卽便出看渠 하나 渠
不識我일새 我便著數般衣하면 學人 이 生解 하야 一向入我言句하나
니 苦哉라 瞎禿子無眼人 이 把我著底衣 하야 認靑黃亦白 이로다 我
脫却 하고 入淸淨境中 하면 學人 이 一見 하고 便生忻欲 타가 我又脫
却 하면 學人 이 失心 하야 忙然狂走 하야 言我無衣 로다 我卽向渠道 호
되 儞識我著衣底人否 아 하야 忽爾回頭 하야 認我了也 로다
대덕들이여!그대들은 옷을 잘못 알지 말아라.옷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청정한
옷도 있고,무생(無生)의 옷과 보리의 옷과 열반의 옷도 있으며,
조사의 옷도 있고 부처의 옷도 있다.
대덕들이여!다만 소리와 명칭,개념 따위가 있어 모든 것은
옷 따라 변하는 것들이다.배꼽 아래 기해단전(氣海丹田)으로부
터 울려 나와서 이빨에 딱딱 부딪쳐 그 의미를 이루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