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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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을 얻었습니다.”
“ 그대는 금년 여름을 헛되게 보내진 않았군.”
그러자 스님이 도리어 위산스님께 여쭈었다.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한여름 동안 무슨 일을 하셨는지요?”
“ 나는 해가 뜨면 밥 먹고,밤이 되면 잠을 잤다.”
“ 스님께서도 금년 여름을 헛되게 보내진 않으셨군요.”
이렇게 서로 대화를 끝내고 한참 있다가 앙산스님이 죄송스
러운 마음에 혀를 낼름 내밀었는데,이것을 보시고 위산스님께
서 말씀하셨다.
“혜적아,무엇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상하게 하느냐!”
위산 철(潙山喆)스님은 말하였다.
“앙산스님은 4천하(四天下)를 비추는 눈으로 대원경지(大圓境
地)가 앞에 실현되었으나 도리어 깨끗한 자리에서 대원경지에 걸
려 넘어졌도다.그러니 자식 기른 인연이 후인의 입에 오르내리
는 것을 면치 못했다 할 만하다.”
용문 원(龍門遠)스님은 말하였다.
“위산스님과 앙산스님의 부자(父子)가 항상 서로 마주보면서
신통한 경지에서 노닐어 좀스러운 무리와는 전혀 같지 않았다.
자!알 수 있겠느냐?내가 여러분에게 설명해 보여주겠다.
한 뙈기 새 밭 개간하니
빈틈없고 끊임없어라.
한 번은 죽 먹고 한 번은 밥 먹으니
그 도가 스스로 분명하구나.
나는 여름 안거 동안 내내 여러분을 살펴보았으나 여러분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