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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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록/四家語錄 127
“그러면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은 또 어떻게 시험하시렵니
까?”
위산스님께서 주먹을 쳐들자 스님은 말하였다.
“이것은 결국 애매모호한 말씀입니다.”
“ 자네가 조금 전에 무슨 말을 하였지?”
“ 스님께 일대사인연을 여쭈었습니다.”
“ 그런데 무엇 때문에 애매모호하다고 했는가?”
“ 겉모습에 집착하시는 것 같아서 그렇게 여쭈었습니다.”
“ 그러나 결코 이 일을 분명히 깨치진 못했다.”
“ 어떻게 해야 이 일을 분명히 깨칠 수 있는지요?”
“ 혜적아,그대의 겉모습은 노승의 것이다.”
“ 달 하나가 천 강에 비칠 때 그 달은 물을 떠나지 않습니다.”
“ 그렇지.그래야 할 것이다.”
“ 같은 금끼리는 전혀 다르지 않은 것과도 같습니다.물질[色]
인들 어찌 이름이 다르겠습니까?”
“ 무엇이 이름이 다르지 않은 도리인가?”
“ 병,소반,비녀,팔찌,그릇,항아리입니다.”
“ 혜적이 선(禪)을 말하면 마치 사자의 포효에 여우,이리,야
간(野干)들이 놀라 흩어지는 것과 같구나.”
19.
스님이 하루는 위산스님을 모시고 있다가 홀연히 새 우는 소
리를 들었는데 위산스님은 말씀하셨다.
“새가 참 성급하게 무어라고 말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