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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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위앙록
17.
위산스님께서 하루는 제자인 스님이 오는 것을 보시고는 두
손을 맞댄 채로 지나가시면서 양손을 세 번씩 벌리더니,갑자기
한 손가락을 세우셨다.이것을 보고 스님도 두 손을 맞댄 채로
양손을 세 번씩 벌리더니,다시 가슴께로 가져가서 한 손은 위
로 한 손은 아래로 놓고서 위산스님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위산
스님은 그만두셨다.
18.
위산스님께서 까마귀에게 생반(生飯:재 지낼 때 짐승이나
귀신 몫으로 떼어 주는 음식)을 주시다가 머리를 돌려 스님을
보더니 말씀하셨다.
“오늘은 까마귀를 위해 상당(上堂)하여 설법 한번 하리라.”
“ 그럼 저는 이제껏 그래 왔던 대로 ‘그것’을 듣겠습니다.”
“ 무엇을 듣는다는 말이냐?”
“ 까마귀는 까마귀소리를 내고,까치는 까치소리로 지저귑니
다.”
“ 그것은 겉모습이 아니냐?”
“ 스님께서는 조금 전에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 나는 ‘이것’을 위해 상당(上堂)하여 한번 설법하겠다고 말했
을 뿐이네.”
“ 그런데 무엇 때문에 겉모습이라고 하셨습니까?”
“ 그렇기는 하나 이렇게 시험해 보는 것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