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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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록/四家語錄 125
스로 한 소식 하질 못했다.한 조각만이라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것이 도대체 무슨 조각이겠느냐?문(門)에 있는 화살을 살펴보
라!”
서선 유(西禪儒)스님은 말하였다.
“위산과 앙산의 부자(父子)가 들락거리며 말기도 하고 펴기도
하면서 자유자재하였다.여러분에게 간절히 바라노니 세속적인
이치[世諦]로써 이리저리 따지지를 말라.그렇다고 불법으로 따
져서도 안 된다.이렇게 모든 것을 알음알이로 헤아리지 않으면
결국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겠는가?
한 뙈기 새 밭 개간하여
한 움큼 곡식 심었네.
고개를 들어 한가하게 바라보니
산도 푸르고 물도 푸르러라.
낮이면 밥 먹고
밤이 되면 그저 잠잘 뿐이네.
피곤하면 다리 뻗고 잠자니
모든 것 만족하여라.
팔월 구월이 돌아오면
울타리 그득하게 노란 국화 피어 있으리.”
동림 안(東林顔)스님은 말하였다.
“요즈음 시대에 스승 노릇하는 스님들은 백천 명이나 되지만
겨울을 지내고 여름을 보내면서 세월만을 허비하며,옛사람을 아
주 욕되게 하는구나.나 동림은 요즘 사람과 달라 선대 성인을
점검해 보았더니 앙산스님은 잘난 체가 지나쳤고,혀를 낼름 내
민 것은 반쯤을 얻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