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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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위앙록
“좌선도 하지 않소이다.”
상공이 말없이 한참 있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알았습니까?”
“ 모르겠습니다.”
앙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노승의 게송 하나를 들어보시오.
도도하여 계율도 지니지 않고
올올히 좌선도 하지 않네.
그저 진한 차 서너 사발에
마음은 저 밭에 가 있도다.
滔滔不持戒 兀兀不座禪
釅茶三兩椀 意在钁頭邊
게송을 다 읊은 뒤 다시 물으셨다.
“듣자오니 상공께서는 경을 보다가 깨달았다고 하던데 그런
지요?”
“ 제자는 열반경 에서 ‘번뇌를 끊지 않고 그대로 열반에
<들어간다>’고 한 구절을 보고서 편안한 경지를 얻었습니다.”
스님은 불자를 일으켜 세우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가겠소?”
“ 들어간다는 말도 필요치 않습니다.”
“ 들어간다는 한마디 말은 상공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오.”
이 말을 듣자 상공은 일어나더니 그만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