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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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위앙록
스님이 한참 잠자코 있자 이번에는 동사스님께서 물으셨다.
“한 길을 빌려서 저쪽을 지날 수 있느냐?”
“ 모름지기 출가사문이라면 단지 한 길이라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달리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어서 동사스님이 “다만 ‘이것’이 있을 뿐이다”하자 스님은
“이 나라[唐]임금님은 분명히 성(性)이 김씨(金氏)입니다(당나라
는 李씨가 세웠다)”하였다.
39.
스님이 중읍 홍은(中邑洪恩)스님의 회상에 있으면서 사계(謝
戒:선림에서 사미가 득도수계한 뒤에 스승이 있는 곳으로 가
서 절을 올리는 것)하자 중읍스님은 입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었
다.스님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니 또 입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었다.다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니 또 입을 두드리면
서 박자를 맞추었다.그리고 나서 스님이 중읍스님의 바로 앞에
서서 사계(謝戒)했더니 중읍스님은 말하였다.
“어디에서 이 삼매(三昧)를 얻었느냐?”
“ 조계(曹溪)스님으로부터 도장[印子]을 찍어 내왔습니다.”
“ 말해 보아라.조계스님은 이 삼매로 어떤 스님을 지도했는
가?”
“ 일숙각(一宿覺:玄覺)을 지도했습니다.”
스님은 중읍스님에게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어디에서 이 삼매를 얻으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