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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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록/四家語錄 155


                 “스님께서는 다시 도리를 설명해 주십시오.그대로 빼앗아서
               깨부숴 버리겠습니다.”


               53.

               한 스님이 스님께 절을 올리면서 불쑥 물었다.
               “스님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

               “ 조금 알지.”
               그 스님이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바치자 스님께서는 옷소

            매로 그것을 쓱쓱 지워 버리셨다.그 스님이 또다시 동그라미를
            그려 바치자,스님은 두 손으로 동그라미를 등뒤로 던져 버리는
            시늉을 하셨다.그 스님이 눈으로 던져지는 동그라미를 쫓아가자

            스님은 머리를 휙 저으셨다.그 스님이 스님 주위를 한 바퀴 돌
            자 스님께서 갑자기 후려치셨는데 그 스님은 그냥 나가 버렸다.



               54.

               스님께서 앉아 계신데 한 스님이 찾아와 절을 올렸다.스님
            께서 돌아보시지도 않자 그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
               “ 조금 알지.”
               그 스님은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더니 말하였다.

               “무슨 글자입니까?”
               스님께서 땅 위에 열 십[十]자를 써서 대답하자,그 스님은

            다시 왼쪽으로 한 바퀴 돌더니 말하였다.
               “그러면 이것은 무슨 글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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