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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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 화(天童華)스님은 말하였다.
“칼날 위의 일이라면 혜적이 어찌 일찍이 쓸 줄 알았으랴.홀
연히 어떤 스님이 나와서 ‘법신도 설법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면,
그에게 ‘나는 설명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해 주리라.그리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3생(生)60겁(劫)지나야 말해 주겠다’하리라.”
영은 악(靈隱嶽)스님은 말하였다.
“앙산스님은 원래 한 가닥의 척추가 무쇠처럼 단단했는데 이
스님에게 연달아 두들겨 맞고서는 사지를 뻗었다.위산스님은 한
번을 참아 내지를 못하여 한쪽 눈을 잃는 줄도 몰랐다.어떤 스
님이 야부(冶父)스님에게 ‘법신도 설법할 줄 압니까’라고 묻자 그
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차서 거꾸러뜨리고는 일으켜서 쓸 만한
놈으로 만들었다.듣지도 못하였느냐.‘물소가 달을 구경하니 문
채가 뿔에서 나고,코끼리가 뇌성에 놀라니 꽃이 이빨 사이에 들
어간다’라고 했던 것을.”
60.
스님께서 눈을 감은 채 앉아 계신데 한 스님이 가만히 곁에
와 섰다.스님은 눈을 뜨시더니 땅 위에다 동그라미 하나를 그
리고는 그 속에 수(水)자를 쓴 뒤에 그 스님을 되돌아보았으나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61.
스님께서 주장자 짚고 다니시는 것을 보고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