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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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위앙록


               스님께서 열 십[十]자를 만(卍)자로 고치자 그 스님은 동그라
            미를 그려서 마치 아수라가 두 손으로 해와 달을 떠받친 자세를

            하면서 말하였다.
               “이는 무슨 글자입니까?”
                        卍
               스님께서 ○ 모양을 그려 대꾸하자 그 스님이 우는[婁至]시
            늉*을 하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8)
               “그렇지,그래.이는 모든 부처님이 보호하고 아끼는 것으로

            서 그대도 그러하고 나도 그러하네.스스로 잘 보호해 지니도록
            하게나.”
               이 말이 끝나자 그 스님은 절을 올리고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때에 한 도교 수행인[道者]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는 닷새

            뒤에 가서 스님께 그 일에 대해 여쭈어 보자 스님께서 그 도교
            수행자에게 물었다.
               “그대도 보았는가?”

               “ 저는 문을 나왔을 때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 이는 인도의 아라한으로 일부러 찾아와 나의 도를 염탐한
            것이다.”

               “ 저는 갖가지 삼매를 보기는 했지만 그 이치를 분별하진 못
            합니다.”

               “ 그대에게 그 뜻을 설명해 주겠다.여기서 말하는 8가지 삼
            매는 ‘깨달음[覺]의 차원’을 ‘설명[義]차원’으로 돌린 것인데,그


            *누지(婁至)는 범어로 운다는 뜻.누지불은 현겁의 마지막에 성불하여 생사 속
              에서 불법을 지키고 펴나간다는 부처님.여기서는 우는 시늉을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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