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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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록/四家語錄 165
그곳에는 누각과 술과 사람과 말 따위가 들끓는데 그대는 그 생
각하는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라.앞에 이야기한 그 많은 경계
들이 있느냐?”
“ 이 경계에서는 모조리 보이지 않습니다.”
“ 그래도 마음에 알음알이가 남아 있으니 믿음의 경지[信位]
까지는 갔으나 깨달음의 경지[人位]는 얻지 못했다.”
“ 이것 밖에 다른 뜻이 있는지요?”
“ 다른 뜻이 있거나 없거나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됩니까?”
“ 그대가 이해한 정도는 단지 현묘함만을 얻었을 뿐이니 자리
를 잡고 앉아 옷을 풀어헤치면 뒷날 저절로 알게 되리라.”
사익스님은 절을 하고 물러갔다.
70.
한 스님이 물었다.
“대이 삼장(大耳三藏)이 세 번째에는 무엇 때문에 혜충(慧忠)
국사를 보지 못하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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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대이(大耳)삼장이 장안에 왔는데 타심통(他心通)을 얻었다는 소문이 퍼졌
다.왕이 혜충국사에게 시험해 보라고 하여 국사가 삼장에게 물었다.“타심통
을 얻었다니 정말이오?”“부끄럽소.”“그렇다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
보시오.”“스님께선 한 나라의 국사가 되어 가지고 어찌 인도에 가서 뱃놀이
를 구경하십니까?”국사가 잠자코 있다가 다시 물었다.“지금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보시오.”“스님께선 한 나라의 국사가 되어 어째서 천진교(天津
橋)에 가서 원숭이 놀음을 구경하십니까?”국사가 잠자코 있다가 세 번째 같
은 질문을 던지니 삼장이 어쩔 줄 몰랐다.국사가 “이 여우같은 망상꾼아,타
심통이 무슨 말이냐”하고 꾸짖자 삼장은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