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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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위앙록
能)이라 고치고 의발을 주어 육조(六祖)로 삼은 뒤에 행자에게
말하기를,‘신수는 문 밖에 있는데 혜능은 문 안에 들어와서 자
리를 차지하고 법복을 입었으니,앞으로 20년 동안은 스스로 살
피어서 나의 가르침을 펴지 말라.반드시 난리가 날 것이다.그
뒤에 미혹한 사람들을 잘 인도하라’하였다.
혜능스님이 묻기를 ‘어디로 가야 그러한 난리를 피하겠습니
까?’하니,오조스님이 말하기를 ‘회(懷)를 만나면 숨고 회(會)를
만나면 도망하라.다른 성(姓),다른 이름이면 평안하리라’하였
다.행자가 분부와 의발을 받고 나니,오조스님은 어서 떠나라
하였다.그리하여 혜능스님은 영남(嶺南)을 향해 길을 떠났다.
닷새 뒤에 오조스님이 대중을 모아 놓고 말하기를 ‘여기에는
불법이 없노라’하였으니,이 말씀은 육조스님의 일을 드러내려
는 뜻이다.대중이 묻기를 ‘의발은 누구에게 전하셨습니까?’하
니,오조스님이 대답하기를 ‘능(能)한 이(혜능을 가리킴)가 받았
다’하였다.대중은 공론 끝에 방앗간의 행자를 찾아보고,또 동
자의 발설로 노행자가 의발을 가지고 영남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대중이 일제히 그쪽을 향해 뒤쫓았는데 그 중에 속
가에서 관직을 버리고 들어온 이가 있었다.그는 본래 삼품(三品)
의 장군으로서 성(姓)은 진씨(陳氏)요,자는 혜명(慧明)이었다.밤
길을 도와 다른 이보다 앞서서 대유령(大庾嶺)에까지 이르렀다.
행자는 그가 뒤따라오는 줄 알고,의발을 버리고 숲 속에 들
어가 돌 위에 앉았다.혜명스님이 고개 마루턱에서 의발을 보자
그 앞으로 가서 손을 뻗어 들려 했으나 의발이 끄떡도 하지 않
자 얼른 자기의 힘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곧 산으로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