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9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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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록/祖堂集 199


            서 높은 봉우리 밑,숲 속에서 행자가 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행자는 멀리서 오는 혜명스님을 보자 의발을 빼앗으러

            온 줄을 벌써부터 알고 말하기를,‘우리 조사께서 나에게 의발
            을 주시기에 내가 굳이 사양했으나 허용되지 않았다.내가 가지
            고 오기는 했으나 고개 마루턱에 두었다.가지려거든 가져가라’

            하니,혜명스님이 대답하기를 ‘의발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오직 법을 위해서 왔습니다.행자께서 오조스님의 곁을 떠나실

            때,오조스님께서 무슨 비밀한 뜻과 비밀한 말씀을 하셨는지요?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하였다.
               행자는 그의 간절한 태도를 보자 말해 주려고 우선 그를 돌

            위에 앉아 조용히 생각하게 하고 입을 열었다.
               ‘선(善)도 생각지 말고 악(惡)도 생각지 말라.바야흐로 그러

            할 때에 명상좌의 본래면목을 나에게 돌려다오.’
               혜명스님이 물었다.
               ‘위에서 말씀하신 비밀한 뜻이 그것뿐입니까,아니면 다른 뜻

            도 있습니까?’
               ‘ 내가 이제 분명히 그대에게 말해 주어서 도리어 비밀이 아
            닌 것이 되었거니와 만일 그대가 스스로 자기 면목을 얻으면 비

            밀은 그대 편에 있으리라.’
               혜명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행자께서는 어째서 오조스님께 계셨습니까?’
               ‘ 스님께서 내가 수(秀)상좌의 게송에 답한 것을 보시자 내가
            문 안에 들어갔음을 아시고 혜능이라 이름을 지어 인가하시되,

            < 수(秀)는 문 밖에 있는데 능(能)은 문 안에 들어와서 자리를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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