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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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위앙록


            말하였다.
               “그쪽 문도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 물건[色]을 통해 마음을 밝히고 사물을 가지고 이치를 드러
            낸다고 생각합니다.”
               “ 그게 아닐 것입니다.스님은 속히 돌아가야 좋을 겁니다.제

            가 감히 편지 한 장을 드릴 터이니 위산스님께 전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편지를 받아들고 되돌아가서 스님께 올렸다.편지

            를 열어 보았더니 일원상(一圓相)이 그려져 있고,그 안에 날 일
            (日)자가 써 있었는데 스님은 말씀하셨다.
               “천 리 밖에 나의 심중을 헤아리는 자가 있을 줄이야 뉘라서

            알았으랴.”
               앙산스님이 뫼시고 있다가 그것에 대해 말하였다.

               “비록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속인일 뿐입니다.”
               “ 그러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앙산스님이 즉시 일원상을 그리고 그 가운데 날 일(日)자를

            썼다가 발로 쓱쓱 문질러 버렸다.그러자 스님은 크게 웃으셨다.



               33.

               스님이 앉아 계신데 앙산스님이 여쭈었다.
               “스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선사(先師)의 법도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 한 끼니는 죽,한 끼니는 밥을 먹었다고 하게.”
               “ 앞에 있는 그 사람이 그것을 긍정하지 않는다면 어찌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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