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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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위앙록
“그때도 백장스님께서 이 도리를 직접 체득하셨다네.”
앙산스님과 향엄스님이 서로 돌아보며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 말씀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 한 사람이 대답할 수 있지.”
앙산스님이 말하였다.
“누굽니까?”
스님께서는 물빛소[水牯牛]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말하라,말해 보아라.”
그러자 앙산스님은 풀 한 묶음을 가져오고 향엄스님은 물 한
통을 가져와 물빛소 앞에 놓았다.물빛소가 먹으려 하자 스님께
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그렇고,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
두 스님이 함께 절을 올리자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때는 밝기도 하고,어떤 때는 어둡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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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 하루는 제자들에게 정어(呈語)*를 해보라고 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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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소리나 물질[聲色]밖에서 나와 만나 보자”고 하셨다.
이때에 유주(幽州)의 감홍(鑑弘)상좌가 정어하기를,“말씀 올
리는 것이야 사양치 않지만 눈 없는 사람이 누굽니까?”하자 스
님께서는 긍정하지 않으셨다.
*정어(呈語):말을 바친다는 뜻으로 선사들이 자신이 수행하는 상태를 스승께
언어로써 말씀드려 감정을 받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