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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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록/四家語錄 55
저에게 말로 설명해 주셨더라면 어찌 오늘의 이 깨달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게송을 읊었다.
딱 소리에 알던 바를 잊으니
다시는 닦을 필요 없게 되었네.
덩실덩실 옛길을 넘나드니
초췌한 처지에 빠질 리 없어라.
곳곳에 자취를 남기지 않고
빛과 소리를 벗어난 몸짓이니
제방의 도를 아는 이들은
모두가 상상기(上上機)라 하더라.
一擊忘所知 更不假修時
動容揚古路 不墮悄然機
處處無蹤跡 聲色外威儀
諸方達道者 咸言上上機
스님께서 들으시고는 앙산스님에게 “향엄이 확철대오했구나”
하시자 앙산스님은 “이 게송은 알음알이로 따져서 쓴 것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볼 터이니 기다리십시오”하였다.
앙산스님이 그 후 향엄스님을 보고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사제(師弟)가 깨달은 일을 칭찬하셨는데 그 일을
한번 말해 보게.”
향엄스님이 일전에 읊었던 게송을 다시 들먹이자 앙산스님은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