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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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조동록
“허물은 움직이고 작용하는 데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혀를 차며 내쫓았다.
이에 석문(石門)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찾을래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어떤 이가 나서서 물었다.
“어째서 찾을 수 없습니까?”
“ 칠흑같이 검기 때문이다.”
28.
설봉(雪峯)스님이 장작을 나르는데 스님께서 물었다.
“무게가 얼마나 되는가?”
“ 온 누리 사람이 다 덤벼도 들지 못합니다.”
“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으랴?”
설봉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운거(雲居)스님이 대신 말씀하셨다.
“거기에 이르러야 비로소 들어도 들리지 않는 줄을 알 것입
니다.”
소산(踈山)스님이 대신 말했다.
“그저 거기에 도달할 뿐이지 어찌 든다고 들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