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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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祖堂集 125


               29.
               한 스님이 와서 뵈니,스님께서 그의 특이함을 보시고 일어

            나 절을 받고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 서천(西天)에서 왔습니다.”

               “ 언제 서천을 떠났는가?”
               “ 공양[齋]하고 떠났습니다.”

               “ 너무 더디군.”
               “ 산과 물을 구경하느라 그랬습니다.”
               “ 지금은 무엇을 하는가?”

               “ 그가 앞으로 나서서 차수(叉手)하고 섰으니,스님이 허리를
            굽혀 인사[揖]하고 말했다.”

               “ 차나 마시라.”


               30.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 산 구경을 하고 옵니다.”
               “ 산꼭대기까지 갔었던가?”
               “ 갔었습니다.”

               “ 산꼭대기에 사람이 있던가?”
               “ 없었습니다.”

               “ 그러면 그대는 산꼭대기엔 안 갔었구나.”
               “ 산꼭대기까지 가지 않았으면 어찌 아무도 없는 줄 알았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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