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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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조동록


                 ○
                 황궁에 처음 강생(降生)하신 날
                 하늘 나라를 떠날 수 없었네.
                 쓸 것[功]없는 종지를 얻지 못하니
                 인간․천상은 어찌 그리 더딜까.
                 王宮初降日 玉兎不能離
                 未得無功旨 人天何太遲



                 ●
                 이치와 현상을 섞어 갈무리하니
                 그 조짐 끝내 밝히기 어려워라.
                 위음왕불(과거불)도 깨닫지 못했는데
                 미륵불(미래불)이 어찌 깨닫겠는가.
                 渾然藏理事 朕兆卒離明
                 威音王未曉 彌勒豈惺惺


               3.

               스님께서 행각할 때에 오석 관(烏石觀)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비로자나 법신의 주인입니까?”

               “ 내가 그대에게 말해 준다면 따로 있는 것이 된다.”
               스님께서 동산스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동산스님이 말씀하셨
            다.

               “좋은 대화이긴 하다만 그대가 한마디를 덜했구나.‘어째서
            말씀해 주지 않습니까’하고 왜 묻질 않았더냐.”

               스님께서 다시 가서 앞말에 이어 묻자 오석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말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를 벙어리로 만드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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