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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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록/五家語錄 167
“‘보살이 선정에 들어 큰 코끼리가 강을 건너는 소리를 듣는
다’하였는데 무슨 경에 나오는 말씀이냐?”
“ 열반경 에 나옵니다.”
“ 선정에 들기 전에 들었겠느냐,선정에 든 뒤에 들었겠느냐?”
“ 스님,흘러갑니다.”
“ 말을 하려면 분명하게 해야 비로소 반쯤 했다 할 수 있다.”
“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 여울물 아래서 맞이해 오겠네.”
11.
지의도자(紙衣道者)가 찾아와 뵙자 스님께서 물었다.
“지의도인이 아닌가?”
“ 그렇습니다.”
“ 무엇이 종이 옷[紙衣]속의 일이더냐?”
“ 옷 하나 몸에 걸쳤다 하면 만법이 모두 다 여여합니다.”
“ 무엇이 종이 옷 속의 작용이더냐?”
지의도인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끄덕끄덕하더니 선 채로 죽
어[脫去]버렸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렇게 떠날 줄만 알았지,어째서 이렇게 올 줄을
모르느냐?”
그러자 지의도인이 홀연히 눈을 뜨더니 물었다.
“신령하고 진실한 성품 하나가 어미 뱃속을 빌리지 않을 땐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