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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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조동록
“오묘함은 아닐세.”
“ 어찌해야 오묘함입니까?”
“ 빌리는 도를 빌리지 않는 것이라네.”
지의도인은 “안녕히 계십시오”하더니 그대로 천화해 버렸다.
스님께서는 게송을 지어 법문하셨다.
원명(圓明)한 각성(覺性)은 모습 없는 몸이니
지견으로 멀다 가깝다 망상떨지 말아라.
한 생각 달라지면 현묘한 바탕에 어두워지며
마음이 어긋나면 도와 이웃하지 못하리.
마음[情]이 만법에 흩어져 목전의 경계에 잠기고
의식[識]으로 여러 갈래 비추어 본래 진실 잃는구나.
이렇듯 말 속에서 완전히 깨달으면
옛날 일 없던 그 사람이라네.
覺性圓明無相身 莫將知見妄疏親
念異便於玄體昧 心差不與道爲隣
情分萬法沈前境 識鑑多端喪本眞
如是句中全曉會 了然無事昔時人
12.
스님께서 강상좌(强上座)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참된 법신은 허공과 같되,물에 달이 비치듯 사물
에 응하여 모습을 드러낸다.그 응해 주는 도리를 무어라고 말
하겠느냐?”
“ 나귀가 우물을 보는 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