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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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동록


               61.
               한 스님이 대자(大慈)스님을 하직하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느냐?”
               “ 강서로 가렵니다.”
               “ 내 그대에게 한 가지 힘든 일을 시키려는데 괜찮겠느냐?”

               “ 스님께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 나를 데려갈 수 있겠느냐?”

               “ 스님보다 더 나은 자가 있다 해도 데려가지 못합니다.”
               그러자 대자스님은 그만두었다.
               뒤에 그 스님이 스님(동산)께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

            셨다.
               “그렇게 말해서야 되겠느냐.”

               “ 스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나라면 데려갈 수 있다고 하겠다.”



                 법안스님은 달리 말하였다.
                 “스님께서 떠난다면 저는 삿갓을 들겠습니다.”


               스님께서 다시 그 스님에게 물었다.

               “대자스님께서는 특별히 무슨 법문을 하시더냐?”
               “ 언젠가는 이런 법문을 하셨습니다.‘한 길[一丈]을 말로 하
            는 것이 한 자[一尺]를 가져오느니만 못하며,한 자를 말로 하는

            것이 한 치[一寸]를 가져오느니만 못하다.’”
               “ 나라면 그렇게 말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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