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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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81
“스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행(行)하지 못할 것을 말해 내기도 하며,말[說]하지 못할 것
을 행해 내기도 한다.”
62.
약산스님이 운암스님과 함께 산을 유랑하는데 허리에 찬 장
도에서 쨍그랑쨍그랑하는 소리가 나자 운암스님이 물었다.
“어떤 물건이 소리를 내지?”
약산스님은 칼을 뽑아 별안간 입을 찍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시중(示衆)하셨다.
“살펴보라.저 약산스님이 몸을 던져 이 일 위했던 것을.요
즈음 세상 사람들아.향상의 일을 밝히고 싶다면 이 뜻을 체득
해야만 하리라.”
약산스님은 야참(夜參)에 등불을 켜지 않고 법어를 내리셨다.
“나에게 한 구절이 있는데 수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때 가서
말해 주겠다.”
한 스님이 말하였다.
“수소가 새끼를 낳는다 해도 스님께서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
다.”
약산스님이,“시자야,등불을 가져오너라”하자 그 스님은 몸
을 빼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운암스님이 이 문제를 가지고 스님께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