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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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조동록


                 다시 어지러운 산봉우리 깊은 곳에서 우네.
                 淨洗濃粧爲阿誰 子規聲裏勸人歸
                 百花落盡啼無盡 更向亂峯深處啼

                 고목(枯木)에 꽃이 피니 겁(劫)밖의 봄이며
                 옥상(玉象)을 거꾸로 타고 기린을 쫓는다네.
                 지금 천봉(千峯)밖에 높이 은거하니
                 달 밝고 바람 맑아 좋은 날이라네.
                 枯木花開劫外春 倒騎玉象趁麒麟
                 而今高隱千峯外 月皎風淸好日辰

                 중생과 부처가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산은 절로 높고 물은 절로 깊어라.
                 천차만별한 현상은 분명한 일이니
                 자고새 우는 곳에 백화가 새로워라.
                 衆生諸佛不相侵 山自高兮水自深
                 萬別千差明底事 鷓鴣啼處百花新

                 머리에 뿔이 갓 나면 이미 감당하지 못하며
                 헤아리는 마음으로 부처 구하니 부끄럽기도 하구려.
                 아득한 공겁(空劫)에 아는 사람 없는데
                 남쪽으로 53선지식(五十三善知識)에게 물으려 하겠는가.
                 頭角纔生已不堪 擬心求佛好羞慚
                 迢迢空劫無人識 肯向南詢五十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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