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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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조동록
은 주발에는 눈이 가득 담겼고
밝은 달은 백로를 숨겼는데
종류는 같질 않으나
뒤섞이면 제자리를 안다.
銀盌盛雪 明月藏鷺
類之弗齊 混則知處
뜻은 말에 있질 않으니
찾아오는 기연(機緣)에 응대하되
걸핏하면 고정된 틀을 이루어
돌아보고 기다림에 잘못 떨어지네.
意不在言 來機亦赴
動成窠臼 差落顧佇
등지거나 맞닿음,양쪽 다 아닌 것
큰 불덩이 같아서
문채가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물듦[染汚]에 속한다.
背觸俱非 如大火聚
但形文彩 卽屬染汚
한밤중 그대로가 밝음이나
새벽이 드러나질 않았으니
중생을 위해 법칙을 짓고
이로써 모든 고통 뽑아 주라.
夜半正明 天曉不露
爲物作則 用拔諸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