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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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이렇게 말한다 해도 반밖에 못 간 것이며,아직은 투철
히 벗어난 길이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투철히 벗어난 길이란 무엇입니까?”
“ 천태(天台)의 화정(華頂)이며 조주(趙州)의 석교(石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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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앙산(仰山)스님이 “여래선(如來禪)은 사형(師兄:香嚴)이 알았다
고 인정하겠습니다만……”*이라고 한 말을 꺼내는데 어떤 스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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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었다.
“무엇이 여래선입니까?”
스님께서 “상대인(上大人)……”하고는 다시 부채를 들고 말씀
*한 스님이 조주(趙州)스님에게 물었다.“오래 전부터 ‘조주의 돌다리’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외나무다리[掠彴]만 보이는군요.”“그대는 외나무
다리만 보았지 조주의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구나.”“무엇이 조주의 돌다리입
니까?”“지금 지나온 것이다.”
어떤 스님이 위의 질문을 똑같이 하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대답하자 그 스
님이 다시 물었다.“무엇이 조주의 돌다리입니까?”“말도 건너고 나귀도 건너
느니라.”“무엇이 외나무다리입니까?”“사람마다 따로따로 건너느니라.”
*앙산 혜적(仰山慧寂)스님이 사제(師弟)향엄(香嚴)스님에게 묻기를,“아우님은
요즘 보는 경지가 어떻소”하니 “갑작스레 대답하려니 말이 안 나오는군요”
하고는 게송을 하나 지어 바쳤다.
작년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고
금년의 가난이야말로 진짜 가난일세
작년엔 송곳 하나 꽂을 틈 없더니
금년엔 송곳마저도 없어졌다오.
앙산스님은 다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그대는 여래선(如來禪)만 했을
뿐,조사선(祖師禪)은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