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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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관계 있으랴”하신 일숙각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행주좌와가 신령한 각성(覺性)이 아닌데 무엇을 법상[數句]이라

            고 하느냐?”
               26.

               “ 주객 양쪽을 다 잊었으니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겠느냐?”하
            신 반산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동해 바다에 몸을 숨기고 수미산 꼭대기에서 말을 달린다.”

               그리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자 대중들이 눈을 멀뚱거리
            니 이에 주장자를 집어들고 대중을 쫓아 버리며 말씀하셨다.

               “영리한 놈인 줄 알았더니 먹통이로군.”
               27.

               어떤 스님이 건봉(乾峯)스님에게 물었다.
               “시방부처의 한 길 열반문이라 하는데 그 길이 어딘지를 모르
            겠습니다.”

               건봉스님은 주장자로 그으면서 “여기다”하였다.
               스님께서는 이를 들려주고 부채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부채가 팔짝 뛰어 33천으로 올라가 제석(帝釋)의 콧구멍을 막
            고 동해의 잉어가 한 방을 치니 대야물을 엎은 듯이 비가 쏟아지
            는구나.알겠느냐?”

               28.

               스님께서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방에선 백추(白槌)를 잡고 불자를 세우면서 ‘알겠느냐?’라고
            들 하면 그저 ‘양반을 상놈으로 만들지 마십시오’한다.그러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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