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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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경계가 있으랴.빛과 경계가 이미 성립될 수 없다면 그것은 무
슨 물건인가.”
다시 말씀하셨다.
“이는 옛사람이 자비심으로 중언부언하신 말씀이니 여기에서
매우 분명히 알아야 하리라.놓아버려서는 안 되거니와 놓아버리
지 않는다면……”하더니 다시 손을 들면서 말씀하셨다.
“소로소로.”
48.
“ 선하(禪河)는 물결 따라 고요하고 정수(定水)는 파도를 쫓아 맑
다”한 부대사(傅大士)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주장자로 등불을 가리
키면서 말씀하셨다.
“보느냐?본다고 한다면 범부를 타파하는 것이며,보지 못한다
고 한다면 한 짝 눈밖에 없는 것이다.어떻게 생각하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다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온 누리가 물결이 아니다.”
49.
스님께서 언젠가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온갖 소리는 부처님의 소리이며 모든 색은 부처님의 색이다.
그대들은 발우를 들고 밥을 먹을 땐 이것이 발우라는 생각을 하
고,걸어갈 땐 간다는 생각을 하며,앉을 땐 앉는다는 생각을 한
다.이러한 부류들은 그런 식으로 계속해 간다면 방망이를 집어들
고 몽땅 쫓아 흩어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