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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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
            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자체[體]위에서 일[事]을 알아내니 법당 앞 돌기
            둥을 보면 그저 돌기둥이라 할 뿐이다.”
               또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돌기둥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면 고식적이고 치우친 견해를
            낸다.돌기둥을 보면 돌기둥이라 부를 뿐이며 주장자를 보면 주장

            자라 부를 뿐이니,여기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
               66.

               한 스님이 영운(靈雲)스님에게 물었다.
               “부처님이 아직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을 땐 어떠하였습니까?”
               영운스님이 불자를 세우자 그 스님은 말하였다.

               “세상에 출현하신 뒤엔 어떠하였습니까?”
               영운스님은 이번에도 불자를 세웠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앞에서는 오히려 실답더니 뒤에는 틀렸다.”
               다시 말씀하셨다.

               “세상에 출현을 하느니 마느니 하지 않는다면 어디에 질문 한
            번 할 여지가 있으랴.설봉스님 같은 분은 여름 결제 끝 무렵에

            큰방 앞에 앉아 있다가 대중들이 모이자마자 주장자를 집어들고
            ‘이것은 중․하근기를 위하는 것이다’하였다.그러자 어떤 스님
            이 묻기를,‘상상근기가 불쑥 찾아왔을 땐 어찌하시렵니까?’하니

            설봉스님은 주장자를 세웠다.그러나 나라면 설봉스님처럼 갈팡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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