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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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155
또 말씀하셨다.
“무엇이 시자가 국사를 저버렸다 한 곳이냐?”하더니 다시 말
씀하셨다.
“분골쇄신해도 은혜 갚을 길 없으리라.”
72.
약산(藥山)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오느냐?”
“ 호남에서 옵니다.”
“ 동정호는 물이 가득 찼더냐?”
“ 아직 가득 차진 않았습니다.”
“ 그렇게나 오랫동안 비가 내렸는데 어째서 아직 가득 차질 않
았지?”
운암(雲巖)스님이 대신 말씀하시기를,“물이 맑다[湛湛]”하였고,
동산스님은 대신 말씀하시기를,“어느 땐들 조금이라도 부족한 적
이 있었겠는가”하셨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여기에 있을 뿐이다.”
73.
“ 밥통 앞에 앉아 굶어 죽을 놈,강가에서 목말라 죽을 놈아”
하신 설봉스님의 말씀과 “밥통 속에 앉아서 굶어 죽을 놈,물속에
머리까지 처박고 목말라 죽을 놈아”하신 현사스님의 말씀을 들려
주고는 말씀하셨다.
“온몸이 밥이고 온몸이 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