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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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 남방의 불법은 반은 살고 반은 죽었으나 이곳에서는 몸과 마
음이 한결같아[一如]몸밖에 다른 것이 없다”하신 국사의 말씀을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무엇을 몸과 마음이 한결같다고 하느냐?”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시기를,“국사를 알고 싶으냐?”하더니 스
스로 대신 말씀하셨다.
“국사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70.
숙종황제가 국사에게 연극을 구경하자고 청하자 국사가 말씀하
셨다.
“무슨 몸과 마음이 있어 연극을 구경하겠습니까?”
황제가 거듭 청하자 국사는 말씀하셨다.
“황제께서는 스스로 연극하기를 좋아하시는군요.”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용두사미로군.”
71.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르자 시자가 세 번 대답하니 국사가 말
씀하시기를,“내가 너를 저버린다 하였더니 네가 나를 저버렸음을
뉘라서 알겠느냐?”하셨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씀하셨다.
“무엇이 국사가 ‘내가 너를 저버렸다’한 곳이냐.그대가 안다
해도 쓸데없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