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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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어떤 스님이 자복스님에게 묻기를,“옛사람이 백추를 잡고 불

            자를 세웠던 뜻은 무엇이었습니까?”하니 자복스님은 에,에 하고
            목쉰 소리를 내었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설상가상이로군”하셨다.

               75.
               한 스님이 자복스님에게 묻기를,“무엇이 티끌 하나가 정수(正

            受:三昧)로 들어가는 것입니까?”하니,자복스님이 선정에 드는
            시늉을 하자 그 스님은 말하였다.

               “무엇이 모든 티끌마다 삼매가 일어나는 것입니까?”
               “ 그대는 누구에게 묻고 있느냐?”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이 스님이 말 잘못 해서 속 들키는 줄도 모르는군”하더니 다
            시 말씀하시기를,“앞에서 한 짓도 이미 구구한 말이었는데 게다

            가 다시 ‘그대는 누구에게 묻고 있느냐?’하는구나”하셨다.
               76.

               수유(茱萸)스님이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허공에다 말뚝을 박지 말라.”
               그때 영허상좌(靈虛上座)가 대중 가운데서 불쑥 나오더니 “허공

            이 말뚝입니다”하였다.수유스님이 그대로 후려치자 영허상좌가
            말하기를,“스님께서는 사람 괜히 때리지 마십시오”하니 수유스

            님은 방장실로 돌아갔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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