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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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할 땐 있다가 말하지 않을 땐 별안간 없다고 해서는 안 된
            다.그것은 종지를 펴는 입장에서라면 안 된다 하겠지만 중생을

            위한 방편의 입장에서라면 옳다 하겠다.”
               135.

               “ 생사와 열반이 한 덩어리가 되었다”한 말을 들려주더니 부채
            를 잡아 일으키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무엇인데 한 덩어리가 되지 않았느냐?이렇게 영리하

            질 못하다면,아니 그렇다 해도 귀신의 굴속에서 살 궁리하는 격
            이다.”

               136.
               한 스님이 남전(南泉)스님에게 물었다.

               “우두(牛頭)스님이 4조(四祖)스님을 뵙기 전에는 어째서 모든 새
            들이 꽃을 따다가 바쳤을까요?”
               “ 걸음마다 부처님의 계단을 밟았기 때문이다.”

               “ 뵈온 뒤에는 어째서 꽃을 따다가 바치지 않았을까요?”
               “ 설사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나의 한 가닥 길보다야 나은 편이

            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남전스님은 걸음마다 높이 오를 줄만 알았을 뿐 공중에서 놓

            아버릴 줄은 몰랐다.”
               그러자 한 스님이 말씀하셨다.

               “무엇이 걸음마다 높이 오르는 것입니까?”
               “ 향적세계(香積世界:佛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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