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P. 180

180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현사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
            렇게 구구한 말을 썼을까?”하더니 “조금 전에 무슨 말을 하였

            지?”하셨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무슨 알아듣기 어려움이 있으랴.”

               140.
               “ 빈 이름[空名]으로 빈 색[空色]을 부른다”한 옛사람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주장자는 빈 이름이 아니며 그렇게 불리는 것도 빈 것이 아니

            다.무엇이 ‘주장자는 빈 이름이 아니다’한 것이냐?”
               141.

               남전스님이 시중하셨다.
               “어려서부터 물소 한 마리를 길렀는데 시내[溪]동쪽으로 놓아
            주자니 어쩔 수 없이 남의 나라 물과 풀을 먹겠고,서쪽 시내로

            놓아주어도 그래도 남의 나라 물과 풀을 먹게 되겠으니 차라리 전
            혀 보이지 않게 가는 대로 조금씩 들여보내느니만 못하겠다.”

               한 스님이 이 이야기를 하자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전스님의 물소는 가는 대로 조금씩 들여보냈다.자,말해 보
            라.소 안으로 들어갔는지,소 밖으로 들어갔는지를.설사 그대들

            이 여기에서 들어간 곳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해도 나는 다시 그
            대에게 묻겠다.소를 찾으니 뒤에 있던가?”

               장경(長慶)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 말해 보라.옛사람의 앞일이 사람을 위한 것이었는지.뒷
   175   176   177   178   179   180   181   182   183   184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