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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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183
“여러분은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안부 묻는 일이라면 없질
않았다.물을 지날 때는 무엇을 가지고 지나겠느냐?”
오래 살던 스님 하나가 “걸어가지요”하고 대꾸하자 스님은 매
우 기뻐하였다.
147.
한 스님이 대수(大隨)스님을 하직하자 대수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느냐?”
“ 아미산(峨嵋山)보현보살께 참례하러 갑니다.”
대수스님은 불자를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문수고 보현이고 모두 여기에 있다.”
그 스님은 일원상(一圓相)을 그려 등뒤로 던지더니 별안간 두
손을 폈다.
대수스님은 “시자야,이 스님에게 차 한 첩 주어라”하셨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 나서 말씀하셨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한 스님이 물었다.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서천에서 베인 목과 팔을 여기에서 받아 가지고 나간다.”
148.
황벽(黃檗)스님이 하루는 손가락을 까딱하는 시늉을 하면서 말
씀하셨다.
“천하의 큰스님이 모두 여기에 있다.내가 만일 한 가닥 길을
놓아준다면 그대들이 마음대로 종횡무진하겠지만 놓아주지 않는다